2019년에 사람들이 가장 좋아했던 품종을 지금 와서 얘기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냐마는, 그래도 올해가 아직 끝나지 않았으므로 2020년 통계라는 게 있을 수 없다는 팩트가 한 몫 한다. 마치 늦은 여름에 햅쌀을 찾는 게 의미가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많이 늦었다 (마감 전에 뭔가 하나 더 내놓기 힘들다는 변명을 길게 해봤다.)

나도 그랬지만 고양이를 처음 맞이할 때에는 예쁜애, 귀여운 애, 내 취향에 맞는 얼굴과 몸 사이즈를 갖춘 애를 찾게 되기 마련인데, 나중에 돌이켜보면 이는 크게 의미가 없기도 하다. 왜냐하면 진짜로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하면 외모라는 건 크게 중요하지 않아서이다. 사실 아이가 있는 집이면 우리 아이가 젤 이쁘고, 없다고 하더라도 부모형제자매 얼굴 몸매를 따지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고양이가 내 옆에서 건강하게 잘 있고, 가끔 말썽도 부리지만 애교로 풀어주고 그러면 반려동물과 함께한다는 것의 모든 목적이 달성된다. 가족은 원래 그런 거니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트렌드를 항상 궁금해 한다. 내가 입을 순 없어도 샤넬의 새로운 컬렉션들을 보게 되듯, 내가 만날 수 없어도 연예인의 하루하루가 궁금하듯, 전 세계에서 현재 어떻게 생긴 고양이가 가장 인기가 있는지 궁금한 걸 막을 순 없지 않은가. 따라서 CFA(Cat Fanciers’ Association)에서 매년 발표하는 가장 인기 있는 품종 리스트의 2019년 판을 한 번 가져와 봤다. 한 번 훑어보자.


10. 스코티시 폴드(Scottish Fold)

스코틀랜드 북서쪽 던디(Dundee)에 있는 매크레이(McRae) 농장에서 발견된 귀접힌 귀여운 고양이 수지(Susie)가 기원인 스코티시 폴드. 성격도 둥글둥글하고 하는 짓도 귀여워서 반려동물의 이상적인 모습이다. 또한 정상적인 방법으로 건강하게 태어나게 만들면 3/4는 그냥 브리티시 쇼트헤어랑 다를 바 없는 친구가 태어나는 관계로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귀한 아이이다. 물론 고양이 공장이 활발한 우리나라에서는 구하기 쉽다만,(진짜 유전병 문제가 없는 건강한 스코티시 폴드는 아니지만) 이 경로는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9. 스핑크스(Sphynx)

고양이 호불호의 상징, 스핑크스가 9위에 올랐다. 이 역시 흔치는 않지만 전 세계에서 발견된 자연발생종인데, 브리더들은 이 품종이 가지고 있는 피부병에 대한 취약성 때문에 털이 나게끔 시도도 해보았다가 다시 되돌리는 반복 작업을 30년 넘게 해왔다고 한다. 따라서 초기 자연발생종보다는 유전적으로 많이 건강해졌다고.

8. 아비시니안(Abyssinian)

귀여운 얼굴과 놀라운 활동성으로 많은 집사를 곤경(?)에 빠뜨리는 주범, 아비시니안이 8위를 차지했다. 고대 이집트 지역부터 전해내려온 유서깊은 고양이이기도 하다. 유전학자들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아비시니안의 기원은 인도양 해안선과 동남아시아 일부에서 나왔다고 한다. 참고로 아비시니안은 CFA 창립시 인정받은 오리지널 식스(Original Six) 중 하나이다.

7. 아메리칸 쇼트헤어(American Shorthair)

유럽에서 미국으로 사람들과 함께 건너온 또 하나의 오리지널 식스, 아메리칸 쇼트헤어가 7위이다. 그 유명한 메이플라워호에도 같이 동승하여 쥐들을 잡는 역할을 수행했다고 한다. 초기 아메리칸 쇼트헤어의 예쁜 얼굴과 침착한 성격, 아름다운 무늬, 그리고 건강함을 유지시키기 위해 보기와는 달리 브리더들의 많은 노력이 있었다고 한다.

6. 데본 렉스(Devon Rex)

2018년에 비해 무려 50% 이상 더 늘었다고 하는 데본 렉스가 6위에 올랐다. 이 친구는 영국 데본셔(Devonshire)에서 1950년대에 발견된 자연발생 품종이고, 브리더는 이 고양이의 형태와 특징이 유지되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집사 입장에서는 푸들처럼 곱슬거리는 털이라 관리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5. 메인 쿤(Maine Coon)

다섯번째로 인기있는 품종은 다름아닌 가장 거대한 고양이, 메인 쿤이다. 거대한 덩치에 걸맞게 털이 성긴편이지만 꼬리의 모양이 멋지며 전체적으로 매우 튼튼해 보이는 친구이다.

상대적으로 거대한 덩치는 ‘적자 생존’의 결과라고 한다.

4. 페르시안(Persian)

전 세계 4위이지만 미국에선 1위라고 하는 페르시안은 일반 장모종보다도 훨씬 긴 털과 푹 들어간 코, 동그란 눈으로 유명하다. 이름에서 쉽게 유추할 수 있듯 페르시아에서 온 고양이이다. 기원전 1684년에 상형문자로 그 기록이 남은 품종이라 그보다 더 오래된 역사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3. 브리티시 쇼트헤어(British Shorthair)

점잖지만 강한 고양이, 브리티시 쇼트헤어가 3위를 차지했다. 1980년에 CFA에서 처음으로 공인된 품종이며, 영국에서 유명해졌지만 사실 기원은 이탈리아 로마의 길고양이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사냥을 매우 잘하는 것으로 알려져있으며, 특유의 빵빵한 볼 덕으로 인한 뚱한 표정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2. 이그조틱(Exotic)

2018년 1위, 이그조틱이 2위로 내려왔다. 페르시안과 모든 게 똑같지만 털이 짧은 친구이다. 그 때문에 약간 곰인형 같아보이기도 한다. 조용하고 애교가 많으며, 주인을 잘 따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1. 랙돌(Ragdoll)

2019년에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은 고양이는 바로 랙돌이다. 크고 깊고 파란 눈과 매우 부드러운 긴 털이 특징인 사랑스러운 고양이다. 2018년 대비 무려 25%나 올랐는데, 중국에서의 붐이 그 주된 이유라고. 그 이유를 차치하더라도 랙돌이 인기가 많을 이유는 너무나도 많다. 낮은 활동성에 느긋하고, 주인 옆에 앉아있길 좋아하는 정도로 귀찮게 굴지않아 집냥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형과 같은 외모도 한 몫 하지 않을까 한다.

참고자료: https://cfa.org/cfa-news-releases/top-breeds-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