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들의 상식상 노령이라고 구분되는 10살 고양이를 생각해보자.
나이가 많다고 해도 밥 준다고 부르면 아기들처럼 앵앵 거리면서 따라 나올때 우리는 이 친구의 외모와 나이를 쉽게 잇지 못한다. 외모도 마찬가지, 얼굴에 노화라는 것은 찾아볼 수 없고 대머리가 되는 것도 아니고(…), 피부에 주름이 생기는 것도 아니니 이게 늙은 게 맞나 싶다. 그것 뿐이랴, 좋아하는 낚싯대가 움직이는 걸 보거나 냥냥 펀치를 날릴 때는 사람과는 비교 불가한 초현실적인 스피드를 이 노령 고양이에게서 볼 수 있다. 30대 중후반부터 이미 허리나 손목 등 아픈 게 한두군데 나오는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분명 1~2세 정도의 어린 고양이에 비하면 움직임의 총량이 줄어든 건 맞으니 나이가 든 건 확실하다. 그래서 우리는 고양이의 ‘나이와 노화의 비례관계’에 대해 항상 궁금해 한다.
일반적으로 고양이의 나이를 사람과 비교할 때 1:7 법칙을 많이 적용한다. 고양이의 1년이 사람의 7년과 비슷하다는 얘기인데, 이는 곧 예시로 들었던 10살짜리 고양이의 경우 칠순 노인네라는 얘기이다. 그러나 70대 노인이 그렇게 민첩하게 반응하는 걸 인간 세계에서는 볼 수 없다.
반려동물 건강에 대한 관심 및 수의학의 발전에 따라 20세를 넘기는 고양이, 심지어 38살을 넘기자 마자 무지개다리를 건넌 미국의 ‘크림 퍼프'(Creme Puff, 1967-2005) 사례도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1:7은 더더욱 말이 안된다. 266(38X7)세는 커녕 140세를 기록하는 사람은 없으니. 심지어 수명 연장 분야의 경우 의학이 수의학보다 훨씬 더 발달해 있다는 걸 고려하면 더더욱 이 비교는 무리가 있다.

가장 오래 산 고양이 크림 퍼프, Source: Wikipedia
이런 문제를 나같은,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 같은 일반인들이 아닌 전문가들은 진작에 먼저 파악했을테고, 그 때문에 작년에 미국 전미동물병원협회(AAHA)라는 곳과, 전미고양이개업의협회(AAFP)라는 곳(뭔가 아 다르고 어 다른 느낌은 그냥 너그럽게 넘어가보자) 두 군데의 합작으로 고양이 연령 계산법을 개발하여 단계를 나눴다고 한다. 그 결과에 따르면 만 1세 고양이는 15세의 사람과 같고, 2세 고양이는 24세 사람과 같다고 한다. 그 이후는 1년 마다 4년씩 더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10세 고양이의 경우 사람 나이로 보면 56세에 해당한다.

이런 수식이다. 다들 계산해보자 © UJURA Company, Source: Dr. Arnold Plotnick, AAHA/AAFP
그렇다는 건 우리의 상식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10살이면 노령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장년, 사람으로 쳐도 아직 일을 하고 있을 수 있는 나이인 것이다. 물론 정년에 가깝지만. 어쨌든 종합적으로 1~2살 성장기의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고 그 뒤에는 조금 느려진다는 느낌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보통 수의사들은 처방 및 치료를 위해 동물의 나이 단계를 나누지만 같이 사는 우리의 입장과는 약간 관점의 차이가 있어 받아들이기 힘든데, Manhattan Cat Specialists라는 뉴욕 맨하탄(Upper West Side 소재, 현재 폐업)의 유명한 고양이 전문 병원을 만든 아놀드 플로트닉 박사는 일반인도 알아보기 쉬운 단계를 하나 고안해냈다. 이를 보면 모두에게 좀 유용할 것 같아서 안내드린다.

냥령단계 © UJURA Company, Source: Dr. Arnold Plotnick
수퍼 시니어(16세면 위 계산법으로 80세가 나오니 얼추 맞는다)라는 구분이 매우 돋보이는데, 이는 수의사들이 절대 쓰지 않는 단어이기도 하거니와(일반적으로는 임상적으로 노인이라는 뜻의 Geriatric을 쓴다), 재밌기도 하다. 뭔가 히어로 같고.
고양이의 나이에 맞게 잘 챙겨줘야 하는 건 모든 연령대가 다 마찬가지이겠지만, 왠지 수퍼 시니어들은 더욱더 잘 챙겨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고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더 잘해줄 기회가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