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우고 싶지만 못 키우는 사람들에게는 다 그럴만한 이유란 게 있기 마련이다. 바빠서 집에 오래 못 있거나, 집에 깨지면 큰일나는 컬렉션들이 있거나, 인테리어를 목숨만큼 소중히 여기거나. 그러나 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못 키우는 사람들이 있을텐데 그 중 상당수는 아마도 알러지 때문일 것이다.

고양이 알러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개 알러지의 경우보다 대략 2배 정도 많다고 한다. 그러니까 수많은 집사들은 개보다 2배나 높은 알러지 위협의 확률을 뚫고 주인님을 모신다는 뜻이다.

고양이 알러지는 느낌적인 느낌으로는 털에서 비롯된 것 같지만 실제로는 고양이 침에 있는 Fel d1이란 이름의 단백질에 그 원인이 있다. 이 단백질을 털에 묻힘으로써 공기 중에 떠다니게 되는 것이고, 그 결과 몇몇 사람들에게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알러지에 관한 알려진 사실들을 짚고 가자면,

  • 수컷이 암컷보다 Fel d1 단백질을 더 많이 분비한다.
  • 수컷 중에서도 중성화를 하지 않은 고양이가 더 많이 분비한다.
  • 어두운 색의 고양이가 밝은 색의 고양이보다 더 많이 분비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유는 아직 불명)
  • 성묘가 아깽이보다 많이 분비한다.

그러나 아무리 알러지가 있다고 해도 고양이를 키우고 싶은 마음, 우리가 잘 안다. 그래서 완전하진 않지만 비교적 알러지 반응이 적은 것으로 알려진 몇가지 품종을 추천드린다. 이런 특수한 경우의 품종고양이 입양은 매우 긍정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양심적인 브리더를 통해 태어나 실제 인증을 받은 고양이를 분양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펫샵에서의 입양은 겉모습만 비슷한 고양이이며, 실제 해당 품종과는 상관이 없다고 간주해도 좋다. 심지어 펫샵에서 거래되는 고양이 공장 출신 고양이는 심각한 유전적 문제를 내포할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의 주의점은 실제 분양 받기 전에 꼭 실물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개묘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람도 누군가는 겨드랑이에서 냄새나고, 누군가는 정수리에서 냄새가 나듯. (웁)


발리니즈, 시아미즈의 장묘종  Source: Wikipedia

1. 발리니즈 (Balinese)

발리니즈는 털 긴 시아미즈(샴)이라고 보면 된다. Fel d1 단백질을 조금 생산(!)해내는 품종이라고 한다. 암컷 발리니즈를 중성화시켜 키우면 알러지 걱정은 조금 놓아도 될 것 같다.

발리니즈는 시아미즈처럼 붙임성이 좋고 수다가 많다. 고양이의 친근한 야옹소리나 깍깍 소리를 듣고 싶으면 탁월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오리엔탈 쇼트헤어 Source: TICA

2. 오리엔탈 쇼트헤어 (Oriental Shorthair)

오리엔탈 쇼트헤어는 알러지 프리 고양이로 잘 알려져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자주 털관리를 해주고 가끔 목욕도 시켜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오리엔탈 쇼트헤어는 활달한 성격이고, 관심 받기를 아주 좋아한다. 집사가 무얼 하든 항상 궁금해하고 옆에 와서 참견하는 타입이다. 해리포터의 도비 닮았다.

자바니즈, Source: petfinder.com

3. 자바니즈 (Javanese)

발리니즈와 마찬가지로 자바니즈도 알러지 유발 물질이 적기로 유명하다. 이 친구의 특징은 속털(Undercoat)이 없기 때문에 퍼뜨릴 수단 또한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자바니즈도 활발하고 반응이 빠르기로 정평이 나 있다. 집사에게 친근하게 잘 다가간다는 특징이 있고, 똑똑한 편이어서 몇 가지 간단한 행동은 훈련이 가능하다.

데본 렉스, Photo by insonnia/istock.

4. 데본 렉스 (Devon Rex)

데본 렉스는 다른 고양이들에 비해 숱이 없고 털도 짧다. 그렇기 때문에 요다 같은 커다란 귀와 발바닥을 자주 씻어줘야 하지만, 그래도 스핑크스나 코니시 렉스같은 아이들에 비해서는 나은 편이지만.

데본 렉스는 렉스 종의 특징, 그러니까 털이 곱슬이라는 것 외에도 특징들이 더 있다. 넓은 광대와 커다란 눈과 귀는 꼭 외계인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애교가 많고 주인과 유대감이 깊은 편. 털이 덜 빠져 털에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고양이라고 할 수 있다.

코니시 렉스, Source: Wikepedia

5. 코니시 렉스 (Cornish Rex)

같은 렉스 중에서도 위의 데본 보다 더 극단적으로 털이 없는 코니시 렉스 또한 알러지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고양이 털은 겉털(Guard Hair), 중간 털?(Awn Hair), 그리고 속털(Down Hair)의 3가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코니시는 속털 밖에 없다. 그래서 스웨이드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대신 스핑크스 수준의 피부 관리를 해줘야 한다. 목욕목욕목욕

이 친구들도 장난기가 많고 활동성이 있는 편이다. 어린 아이처럼 같은 놀이를 반복해서 해줘도 지겨워하지 않는 편. 위의 데본 렉스 뺨칠 정도로 주인과의 유대감이 깊고, 특히 고양이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절대복종을 보여준다. 마치 강아지 처럼.

스핑크스, Source: vetstreet.com

6. 스핑크스 (Sphynx)

이번엔 털이 아예 없는 스핑크스가 그 주인공이다. 점점 더 쎄진다. 털이 없기 때문에 그루밍을 해도 털에 묻지 않고, 그래서 퍼질 일이 없다. 털을 치울 일도 없어 키우기 쉬울 것 같지만, 끊임없는 피부 관리가 필요하다. 귀도 잘 씻어줘야 하고, 자외선 노출에도 신경을 써줘야 한다.

강아지와 비슷하게 충성심 비스무리한 것을 갖고 있다고 널리 알려져있으나, 그래도 고양이는 고양이이므로 그 수준을 기대하면 안된다. 다만 진짜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며 집사를 잘 따라다니므로 이게 심쿵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사이베리안 Photo by Mstachul

7. 사이베리안 (Siberian)

털이 더 짧은 아이는 없으므로 다시 장모종으로 돌아왔다. 사이베리안 또한 발리니즈 처럼 낮은 수준의 알러지 유발 물질을 분비한다고 한다. 어느 연구에 따르면 75%의 고양이 알러지 보유자들이 사이베리안을 접촉했을 때 알러지 반응이 없었다고.

일반적으로 좋은 성격과 활동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고, 사람 손에 크게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천성적으로는 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아깽이 때부터 물에 접촉해왔다면 물냥이 또한 쉽게 가능하다.

똑똑한 것으로도 유명해서 고양이 퍼즐 같은 건 쉽게 풀 수 있다고 하며, 크기에 비해 날렵하여 고양이 기준으로도 높은 곳에 쉽게 올라간다. 한 마디로 팔방미인.


다시 한 번 언급하지만 위의 고양이를 입양한다고 알러지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그러니 꼭 입양 전에 확인을 해야 한다.

처음엔 알러지 반응이 없었다가 나중에 생기기도 하는데, 이는 관리를 잘 안 한 탓이 크다. 때문에 고양이에게는 힘들 수 있어도 비교적 잦은 목욕과 빗질이 필요하며, 고양이 장난감과 쿠션, 숨숨집도 잦은 빨래가 필요하다. 적어도 1주에 한 번 정도가 적당한 수준.

어쨌든 고양이를 키울 수 없는 수준의 알러지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 줄기 빛과 같은 7종류의 고양이들. 포기하지 말고 한 번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