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집사를 자처하며 주인님을 위해 온갖 고초를 다 겪고 있다. 현재도 그런 베테랑 집사 분들이 점점 늘고 있을텐데 사실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여러 학자들의 연구 결과에서, 그리고 대중 매체에서 고양이를 키우면 심장에 좋고 마음의 평화가 오고 어쩌고 저쩌고 여러 이야기가 들려오지만 사실 그런 이유를 다 떠나도 고양이가 너무 귀엽기 때문이다. 분석적인 척 하면서 어떻게 그런 결론에 도달하냐고? 사실이 그러한 걸 뭐.

안녕, 반가워 집사야. 날 보살피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를 키우는 일은 역시 만만치 않다. 아니 만만하게 생각하면 안된다는 게 더 가깝겠다. 같이 산다는 것은 크든 작든 서로간에 배려와 희생 등이 필요하니까.
1. 비용
그렇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언가 새로 시작하려면 비용이 든다. 고양이가 대략 15년을 살다가 무지개다리를 건넌다면 최소 경차 한 대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만약 건강에 이상이 있다면 순식간에 중형차 정도로 올라간다. 사람과 달리 동물에게는 국가의 지원이 들어가는 의료보험이 없으니까. 고양이의 치료를 위해 몇 백만원의 여유자금을 들일 여력이 없다면 고양이를 키우는 걸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 한다.
2.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육아와 마찬가지로 고양이를 집에 들이면 이전과는 다른 환경으로 바뀔 수 밖에 없다. 캣타워나 화장실 같은 큰 고양이 용품들은 인테리어를 해치게 된다. 이 시장은 유아용품들의 만듦새보다도 훨씬 못한 마감의 용품들이 많으므로 더더욱 그럴 위험(?)이 높아진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를 키우며 집안 가꾸기나 정리하기를 포기하게 되는데, 고양이 또한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
집안 일 자체가 늘기도 한다. 새끼 고양이 시절에는 크게 안 다가올 수 있지만, 성묘가 되면 대소변의 양부터 확연히 다르다.

이 아이의 배변량과 거대한 성묘의 배변량에는 큰 차이가 있다
만약 당신이 장기간의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그것 또한 포기해야 한다. 고양이는 어디다 맡기기 굉장히 어려운 동물이기도 하고 맡겨서도 안된다. 돌봐 줄 사람들이 오는 방법이 더 나은 해결책이지만 아직 국내에는 캣시터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또 하나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긴 수명이다. 끔찍한 가정이지만 만약 내가 곧 죽는다면, 고양이는 어떻게 될까.
3. 가족 구성원의 동의
1인가구면 그나마 낫지만, 다른 가족구성원과 같이 사는 경우 동의를 구해야 한다. 매년 새롭게 분양된 고양이의 1% 정도는 가족구성원의 반대나 건강상의 문제로 쫓겨난다. 가족 중 한 명 이상이 고양이 알러지가 있을 수 있으므로 동의여부와 관계 없이 사전 체크는 필수다.
4. 교육 문제
우리도 부모의 말을 잘 안들었던(현재 진행형일 수도) 경험이 있으니 이해가 쉬울 것이다. 고양이는 언어를 모르므로 보다 더 직접적으로 말을 안 듣는다(개무시를 길게 얘기해봤다). 높은 곳의 물건을 떨어뜨리는 게 왜 잘못인 건지 고양이는 평생 모른다.
우리는 고양이의 귀여움을 SNS를 통해 많이 접한다. 그 귀여움 뒤에 숨은 집사의 희생은 사진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마치 인스타그램에서 자주 접하는 예쁘게 찍힌 케이크 뒤에 제빵사 손과 옷에 잔뜩 묻은 밀가루가 안 보이듯.
포유류는 다른 동물들에 비해 고도의 논리적 사고가 가능하고, 아이를 기른다는 것은 귀찮음을 극복해야 하는 희생이 따르므로 이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그걸 위해서인지 포유류의 새끼들은 공통적으로 무척이나 귀엽다. 이 때문인지 최소한 어미들은 새끼들에게 강렬한 애정과 보호욕구를 느낀다. 하지만 성년이 된 이후에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하자. 역변은 고양이 세계에서도 매우 흔한 일이다.

강호동 고양이도 아꺵이시절은 귀여웠을 것이다. Source: SBS TV 동물농장
결론적으로 고양이는 집사 후보 여러분들이 상상하듯 털난 귀여운 인형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마음이 변했다고 쉽게 버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게임처럼 스마트폰에서 지워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키우기 위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심사숙고를 꼭 권유한다. 유기동물 보호시설이나 구호단체 등에서 봉사활동을 경험삼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절대 가볍게 결정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