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는 참 어려운 문제다. 불타올랐던 의지도 잠시, 다시 냉장고를 열어보는 내 자신이 미울 때가 있다. 운동을 열심히 해보아도 건강한 돼지가 될지언정 살은 잘 빠지지 않는다. 그만큼 살은 빼기 힘들다.
살을 빼는 게 어려운 건 실제 살이 잘 빠지지 않아서가 아니다. 무슨 소리냐고? 에헤이, 다들 알지 않는가. 우리는 쉽게 살을 뺄 수 있다. 다만 먹는 걸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살을 못 빼는 거지. 며칠 굶어 보면 주위에서 바로 반응이 온다. “왜 이렇게 수척해졌어?”

딱 봐도 건강하고 맛 없다.
우리가 이렇게 먹는 것을 좋아하는 만큼 고양이도 먹을 것을 좋아한다. 모르긴 몰라도 모든 생명체가 그럴 것 같다. 햇볕을 받아 광합성을 하는 식물조차도 좋아서 활짝 잎을 펴는지도 모른다. 식물에겐 그게 식사가 될테니.
60%의 고양이가 뚱냥이라는 통계가 있다. 과체중 부터 비만까지의 고양이를 뚱냥이로 본 통계인데, 어쨌든 이들을 비정상으로 볼 때, 저체중이라는 또 하나의 비정상이 있으므로 실제 40% 이하의 고양이가 ‘정상’이라는 것이다.

개나 고양이나 뚠뚠. Source: PetObesityPrevention.org
사람은 살짝 의지가 약해져도 냉장고를 열거나 배달 앱을 살피며 살찔 기회를 또 찾는 자발적인 증량화(?)가 가능하지만 고양이는 그렇지 않다. 집사가 밥을 주지 않으면 체중관리가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60%가 뚱냥이라는 것은 고양이에겐 어마어마한 구걸 능력이 있다는 증거이다. (일단 귀엽고 우는 것도 아기같고)

밥줄께 오구오구 배고팠쪄?
실제 먹을 거리가 집에 비해 충분하지 않은 야생에서의 고양이는 기회가 있으면 무조건 먹는 동물이었다. 그 습성 또한 남아있어 더더욱 배부름을 모르고 먹을 거리를 찾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것엔 정도라는 게 있는 거고, 그 중 몇몇은 과할 정도로 식탐이 있는 경우가 있다. 많이 먹는다는 건 대부분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이행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고, 이는 당연하게도 잠재적인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집사가 보기에도 내 고양이가 먹는 것을 심하게 밝히는 타입이라면 살짝 건강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걱정을 할텐데, 그 걱정을 덜기 위해 아래 내용을 한 번 읽고 이제부터 식탐의 범위가 어디까지 허용되는 것인지 한 번 감을 잡아보자.
1. 정신적인 문제
강박
고양이가 하루 종일 음식을 찾는다면 ‘음식에 대한 강박’을 의심해볼 수 있다. 만약 두 마리 이상을 키우는 집사라면 좀 더 힘이 세거나 더 귀여움을 받는 다른 친구들과의 경쟁을 의식해서 강박적으로 음식을 먹으려 시도할 수 있다. 당연히 비만으로 이어지며, 이는 인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건강문제를 초래한다. 비만이 아닌 과체중만 하더라도 간장 질환이나 당뇨, 방광염, 호흡 장애 등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내 고양이가 통통한 편이고 음식에 집착을 보인다면 수의사의 상담이 필요하다. 정해진 일정에 따라 밥을 주고, 간식은 최소화하여야 하며, 짜고 맵고 단 인간의 음식에 노출되지 않도록 항상 식탁 위를 깨끗이 치워놓아야 한다. 또한 음식물 쓰레기통은 꼭 고양이가 쉽게 열 수 없는 뚜껑이 달린 것으로 준비해 놓자.
고양이가 많이 먹지만 이게 꼭 강박에 의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면 고양이를 한 번 잘 살펴보자. 만약 지나갈 때마다 음식을 달라고 울면, 특히 방금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다면, 그건 강박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집사에게 머리를 계속 비비는 등 애교를 부리거나 쉬지않고 울거나 해서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는 공식이 세워지면, 끊임없이 그걸 반복할 것이다.
충동
충동과 강박은 서로 뜻이 다르지만 고양이 집사입장에서 고양이가 충동적으로 먹는 것과 강박적으로 먹는 것의 차이란 구분하기가 참 쉽지 않다. 고양이가 정서적. 스트레스 상황에 있다거나, 좌절 또는 불안을 겪고 있다면 평소에 먹지 않는 것들을, 혹은 먹어서는 안되는 것들을 먹기도 한다. 예를 들어 종이봉투나, 담요 등을. 씹거나 먹는 것 말이다. 이는 충동적 섭취에 해당하며,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줘야 한다. 물론 대부분은 놀아주거나 같이 있는 시간을 늘리거나 하여. 해결 가능하다.
심심하거나 외롭거나
다들 이런 경험 한 두번(혹은 그 이상)은 있을 것이다. 공부를 하러 자리에 앉기만 하면 음료수나 커피, 혹은 군것질이 땡긴 경험 말이다. 고양이도 똑같아서 뭔가 지루하고 심심하면 먹게 된다. (즉, 공부는 지루하다는 뜻이다…) 이렇게 고양이가 심심한 상황, 즉 혼자 있는 상황이 반복되고 길어지면 자율급식은 절대 금물이다. 퍼즐 장난감에 사료를 넣어주는 등 먹이를 얻기 위해 스스로 무언가를 해야하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게 좋다. 둘째를 들여 심심함을 줄여주는 것도 좋은 해결법이다.

심심해
우울증
우울증까지는 아니더라도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 하에서 우리는 높은 확률로 먹는 것을 통해 스트레스를 완화하려 한다. 고양이 역시 우울감을 해소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폭식을 선택할 수 있다. 고양이가 우울한 건 위의 심심한 상태에서 장기간 방치하거나, 집사의 관심이 현격히 저하되었다거나 하는 상황에 발생한다. 예를. 들어 부부와 고양이가 살던 집에 아이가 태어났다거나.
알다시피 고양이는 자기가 집사를 귀찮게 하는 것은 허용이 되지만 그 반대는 절대 허용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도 고양이가 귀찮게 느낄 정도로 열심히 뭔가. 해줄 건 없다. 약간의 관심만 주면 된다. “고양이 키스”또한 매우 좋은 방법이다. 천천히 눈을 바라보고 감았다 떴다 해주자.
2. 육체적인 문제
회충
배가 고픈 건 영양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회충은 고양이의 신체가 가져가야할 영양소를 중간에 가로채며 그 결과 고양이는 계속 먹을 것을 갈구하게 된다. 슬픈 것은, 회충에 시달리는 고양이는 영양소와 관계없이 뚱뚱한 모습을 보인다. 살찐 것은 아니고 기생하는 회충이 몸을 퉁퉁 붓게 만들기 때문이다. 고양이에게 위 증상이 보인다면 얼른 수의사의 진찰을 받아보자. 심지어 회충은 인간에게도 전염이 된다.
갑상선기능항진증, 당뇨
갑상선기능항진증은 고양이의 신진대사를 대폭 향상시켜 칼로리 소모를 극대화하고, 이 때문에 고양이는 계속 먹을 것을 찾게 된다. 당뇨의 경우 몸 안의 당분을. 에너지로 전환하지 못하는 병이므로,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 (애초에 영양소가 몸에 흡수되기도 힘들지만) 만약 고양이가 살이 빠지고 물을 많이 마신다면, 병원에 꼭 가서 당뇨 여부를 검사해 보자.
영양부족
떡볶이를 좋아하는 사람 참 많을 거다. 글을 쓰는 나 자신을 포함해서. 그러나 나도 안다, 떡볶이에는 의미 있는 영양가 따위는 없다는 것을. 탄수화물과 탄수화물. 그리고 또 탄수화물이 있을 뿐이다. 아 맞다, 나트륨도. 그러나 쫀득한 떡과 매콤한 소스, 그리고 어묵… 이건 영양가득 한상차림이 채워줄 수 없는 별개의 ‘행복’영역이다. 고양이 사료도 마찬가지, 몇몇 사료는 고양이가 원하는 영양소를 채워줄 수 없다. 따라서 먹더라도 뭔가 부족함을 느끼게되고, 결국 다른 걸 또 찾고 찾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떡볶이를 좋아해도 매끼 떡볶이를 먹을 수 없는 것처럼.

머… 먹을 것을 좀 다오..
고양이는 어느 측면에서는 사람과 매우 다르지만, 척추동물에 포유류라는 꽤나 큰 공통점이 있다. 특히 정신적인 면을 포함한 질병은 매우 유사하므로, 이 측면에서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도 좋다. 건강을 잘 챙겨주는 참 집사로 거듭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