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오피스캣 ‘동춘’군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얘는 지금 내 눈 앞에서 자기 눈을 끔벅이며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해진다. 고양이에 대해 아는 게 점점 늘어만 가고 있는 에디터임에도 불구하고, 사람 출신(!)인지라 사람 입장에서 ‘궁금’해지는 게 당연하다.

‘왜 쳐다봐?’ 의 표정으로 보이지만, ‘배고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Source: Instagram, ‘dal_dongchun’
사람의 시각에는 여러 기능 들이 있고 그 중 색깔을 본다는 것은 무언가를 구분하기 위한 중요 기능이라고 볼 수 있는데, 고양이는 그 기능이 사람과는 조금 다르다. 사람은 색깔을 가시광선, 그러니까 그 무지개색을 기반으로 인식하는데, 고양이가 인식하는 색깔은 파장이 살짝 우리보다 짧아 노란색 이후의 색이 보이며, 노란색 이전의 메이저한 색인 빨간색(가시광선 중 파장이 제일 길다. 대략 700nm) 계열은 전혀 인식을 못한다. 예를 들어 초록색, 우리는 노란색과 빨간색이 섞인 색을 보지만, 고양이는 거기서 빨간색을 떼어놓고 보니 조금 더 칙칙한 노란색 혹은 회색으로 초록을 인식한다는 뜻이다. 강렬한 초록색이나 강렬한 빨간색은 그냥 짙은 회색으로 인식하고. 사람으로 보면 적녹색맹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고양이는 오른쪽 Source: NAVER
이렇게 보니 고양이는 뭔가 사람보다 잘 못 보는 것 같지만 파장이 좀 더 짧은 것 까지 보여서 보라색(가시광선 중 가장 짧다. 대략 380nm)보다 더 뒤로 간 색, 그러니까 자외선의 색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우리보다 우월하다면 우월한 점이다. 우리 세상에는 꽃과 새 같이 자외선 착색이 많은 자연물이 많다는 점을 볼 때 이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생생한 세계를 고양이가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인간 시각의 또 한가지 좋은 기능은 초점을 자유자재로 맞출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눈가에 조금만 힘을 주면 가까이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눈을 가늘게 뜨는 식으로 하여 멀리 있는 것 또한 볼 수 있다. 그러나 고양이는 이러한 근육이 부족해서 15~70cm거리의 사물만을 잘 본다. 고양이 낚싯대를 너무 멀리서, 혹은 너무 가까이서 흔들어대면 반응이 덜한 이유이다. 이 역시 사람으로 치면 근시라고 볼 수 있다.

위: 사람, 아래: 고양이 Source: Popsci.com
다음의 기능은 형태 인식이다. 사람은 고양이의 생김새를 잘 파악하고 구분해내는 반면, 고양이는 고양이는 잘 구분하지만 사람은 잘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실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고양이 보호자의 사진과, 그냥 아무 상관없는 사람의 사진을 가지고 고양이에게 선택하라고 했을 때, 50%의 확률로 보호자를 선택했다고 한다. 이는 50%로 구분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고, 2명 중 한 명을 고른 거니 그냥 랜덤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같은 실험을 고양이로 진행했을 경우 무려 90%가 넘는 확률로 구분해낸다고 하니, 고양이는 인간의 얼굴에는 전혀 신경을 안 쓰는 동물이다.
다만 고양이는 주인을 구분해 내는 기능을 다른 능력으로 소화한다. 우리가 잘 알듯, 냄새나 목소리 등으로. 위와 같은 실험에서 사진이 아닌 목소리로 접근했더니 주인 목소리에만 강렬한 반응을 나타냈다고 한다. 우리 얼굴은 전혀 신경을 안 쓰지만, 목소리는 신경을 쓰나 보다. 얼굴로 밥 주는 건 아니니까. 우리가 고양이에게 하는 가장 달콤한 말, ‘간식 먹자~’는 소리로 전달되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
개나 고양이가 인간 사회에서 반려동물로 들어가 있는 경우, 개는 자기가 작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고양이는 인간을 고양이라고 생각한다는 얘기를 상식선에서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다만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고양이의 경우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해야 한다. 고양이는 인간을 그냥 고양이로 생각하지 않고, 거대하고 뭔가 행동이 서투른 고양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다만 재밌는 건, 고양이 입장에서는, 특히 이런 관점 하에서는 열등, 우등의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행동이 서투르게 보인다 할지라도 나보다 못한 고양이네~ 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이는 ‘다름’을 ‘비정상’으로 인식해서 프레임을 씌우기 좋아하는 우리 인간들이 오히려 배울점이라고 생각이 된다.
만약 고양이가 인간을 열등하게 보았다면, 꾹꾹이나 그루밍을 해주진 않을 것이다.

고양이는 ‘외부’는 경계해도, 내부의 ‘비정상’은 경계하지 않는다. 사람과는 달리.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할 때 쓸데없이 이유를 갖다 붙인다. 단정짓긴 어렵지만 사랑이라는 ‘비이성적인 결론’을 ‘이성적으로 포장하고 안심’하기 위해서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가 고양이를 사랑하는 이유를 찾자면, 독특한 습성에서 오는 이질적 경외감, 차가운 듯 하다가도 딱 붙어 있기 좋아하는 반전성, 그리고 개와는 차별화되는 독립성 때문이 아닐까.
참고자료
‘Dogs, but not cats, can readily recognize the face of their handler’ Stephen G. Lomber, Paul Cornwell (2005)
https://jov.arvojournals.org/article.aspx?articleid=2132249
‘Vocal recognition of owners by domestic cats (Felis catus)’ Atsuko Saito, Kazutaka Shinozuka (2013)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s10071-013-0620-4